마이클 버리는 왜 트럼프와 마두로 사태에도 미국 주식시장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봤을까?
지정학은 사라졌고, 자본은 이미 다음으로 이동했다
미국이 한 OPEC 국가의 지도자를 전격적으로 체포해 국외로 이송했다는 소식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글로벌 금융시장을 크게 흔들었을 사건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한 대외 기조,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그리고 원유와 지정학 리스크라는 조합은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던 소재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미국 주식시장은 거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움직였다. 주요 지수는 안정적이었고, 채권 시장 역시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장면을 마이클 버리는 어떻게 해석했을까.
뉴스는 컸지만, 시장에 없던 변수였다
마이클 버리는 언제나 뉴스의 크기보다 그 뉴스가 현금 흐름을 바꾸는가를 먼저 본다. 이번 트럼프·마두로 사태는 정치적으로는 자극적이었지만, 시장 모델 안에서는 이미 ‘무시 가능한 변수’에 가까웠다.
베네수엘라는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국가에 가깝다. 석유 생산 인프라는 노후화되었고,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줄어들었다. 콜탄과 같은 전략 자원 역시 ‘가능성’일 뿐, 아직 시장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자산은 아니다.
버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모델에 없는 리스크는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장은 침착했고, 투자자들은 뉴스를 곧 잊었다.
이미 끝난 2026년 자산 배분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번 사건이 발생했을 때,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은 이미 2026년을 바라본 자산 배분이 정해진 상태라는 것. 연기금, 대형 자산운용사,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이미 같은 방향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 결론은 간단하게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SaaS와 장기 스토리 기반 성장주는 비중 축소
- AI 하드웨어, 반도체, 데이터센터 인프라는 비중 확대
이 결정은 하루 이틀의 뉴스로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시장은 지정학적 충격에도 무덤덤했다. 왜냐하면, 이미 자본은 다음 단계로 이동해 있었기 때문이다.
마이클 버리가 불편해하는 장면
마이클 버리가 진짜 경계하는 것은 전쟁도, 정치 지도자도 아니다. 그가 가장 위험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모두가 같은 방향을 안전하다고 믿는 순간이다.
지금 시장은 이런 특징을 보인다.
- 지정학 리스크를 거의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다
- AI 하드웨어라는 하나의 서사에 자본이 몰린다
-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우리는 이 장면이 낯설지 않다. 2007년 서브프라임 위기 직전에도, 시장은 비슷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고, 버리를 포함한 그저 몇명의 석학들만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버리는 폭락을 말하지 않는다
흔히 마이클 버리를 ‘폭락 예언자’로 묘사하지만, 그의 실제 발언을 보면 훨씬 차분하다. 그는 시점을 단정하지 않는다. 대신 구조를 말한다.
그의 메시지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지금 시장은 리스크를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포지션은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려 있다. 이 경우 트리거는 거창할 필요가 없다.”
즉, 위기는 뉴스에서 오지 않는다. 포지션에서 온다.
시장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는 신호
이번 트럼프·마두로 사태에서 미국 주식시장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마이클 버리의 시선에서는 가장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시장은 지금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확신이야말로, 버리가 언제나 가장 먼저 의심해온 지점이다.
따라서, 내가 전하려 하는 이 내용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분석이 아니다. 트럼프 개인에 대한 평가도 아니며, 시장의 평가도 아니다.
시장이 무엇을 보지 않기로 선택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리고 마이클 버리는 언제나 모두가 보지 않기로 한 그 지점에서 조용히 포지션을 잡아왔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지정학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장에서는 중요하지 않게 취급되고 있으며, 자본은 이미 다음으로 이동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 언제까지 안전하다고 믿어질 수 있느냐다.
